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우는 아이도 이름만으로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진선조의 부국장. 히지카타 토시로가 우성 오메가라는 건, 진선조 대원이라면 모두 알지만 평민이라면 모를 수도 있는 그저 그뿐인 이야기다. 변한 요즘 시대는 예전처럼 종을 따지지 않는다. 알파가 마냥 우세했던 세상은 진작 저물었다. 당장 히지카타만 하더라도 우성 ...
히지카타는 확고했다. 닷새 전만 생각하면 야마자키는 절로 뒷목이 서늘해졌다. 놓친 것만 수십 번이니 히지카타가 카츠라에게 칼을 갈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리도 의지가 강력한 줄은 몰랐다. 시발점은 최근에 잡아들인 양이지사. 그것도 나름 수뇌부의 최측근이었던 자의 제보 하나. “카츠라 코타로를 잡고 싶다면 백야차를 잡는 게 빠를 거다. 예전부터 유명했거든. ...
여지껏 원하는 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 사람도 마음도 손을 뻗는 족족 망가져서 체념해왔다. 내 손에 닿은 모든 것을 망칠 바에야 아무것도 잡지 말자고. 마음에, 눈에, 내 속에 아무것도 담지 않고 살겠다고. 몇 년을 체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다. 야마자키가 아니었더라면. 괜한 발길질. 괜한 짜증. 괜한 구박.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이유 없이 밀...
너무 오랜 시간을 외로움에 붙들려 살았다. 따스함이 익숙지 않은 건 그 탓이다. 야마자키가 주는 눈빛도 마음도. 구멍이 뚫린 마음을 숭숭 지나가며 여기저기에 흠집을 냈다. 애초에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내가 스스로에게 되뇐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죽여 달라는 부탁이면 바로 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죠.” 소고가 불만스럽게 되받아쳤다. 다짜고짜 불러...
저하, 호위대장이 뵙기를 청하나이다. 들이지 말게, 라고 했어야 하는데.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 나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거둘 수가. 긴은 느리게 문을 열고 침소 안으로 들어왔다. 탄탄하고 큰 몸과 곧은 손에 호롱불이 거뭇거뭇 흔들렸다. “늦은 시간에 송구합니다.” “아무 일 없이 미안할 일을 할 그대가 아니지.” “한가지 여쭙기 위해 왔습니다.”...
“뭐? 뭐야, 그 말 같지도 않은 조합은.” “진짜라니까요. 진선조를 세울 무렵부터였으니까 실상 결혼한 거나 다름없다고요, 그 둘.” “이해가 안 되는 조합이구만. 긴토키 씨 같은 미남이면 몰라도 말이야, 그런 지미가 볼 데가 어디 있다고 그렇게 오래 만나?” “뭐, 히지카타 씨는 미각 상실에 머리까지 멍청하니까 그런 거 하나쯤은 정상적인 놈한테 끌리는 걸...
미유키 선배가 아프다. 2학년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독감이 끝나기 직전에 선배에게로 옮겨가버렸다. 시합이 없는 오프 시즌이라 다행이지만. 당분간은 미유키 선배의 방에 가지 말라는 쿠라모치 선배의 말은 소리가 아닌 음파로만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베, 미안하지만 미유키 녀석을 간병해줄 수 있을까? 그 자식이 죽을 것처럼 나베만 찾아댄대서.” “응, 알겠어....
소중함은 멋대로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서 멋대로 내 속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소파 위에서 코를 골며 자는 이 녀석들도, 웃고 떠드는 얼굴로 가게를 하는 녀석들도. 일일이 늘어놓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녀석들이 아무것도 담지 않으려고 걸어 잠갔던 마음을 보란 듯이 열고 보란 듯이 들어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사카타.” “깼어?” 이 녀석도 그 중의 한명이...
차가운 이불 밑으로 스며드는 새벽은 영원히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히지카타의 시체를 사천 개나 세었는데도 잠이 오질 않는다. 쌀쌀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밤을 건너서 방문을 두드렸다. 쓸쓸함이 당장에라도 안대를 벗겨내고 나를 짓누를 것만 같은 밤. 둔소 근처의 민가에서 키우는 닭이 새벽을 알렸다. 우렁찬 울음소리. 결국 새벽이 될 때까지 한숨도 못 잔거...
intro: 짝사랑을 끝내는 법-축제편https://posty.pe/33ftnt bridge: 짝사랑을 끝내는 법-고백편▶Start. 고백은 사고였다. 송년회에서 물인 줄 알고 사케 한 병을 마신 탓이다. 지금 걷는 게 하늘인지 땅인지도 몰랐으면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게 형씨라는 건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형씨를 좋아한다고. 그 후로 형씨...
intro: 짝사랑을 끝내는 법-축제편▶Start. 형형색색의 불꽃이 뿌연 연기와 함께 쏟아졌다. 다정하게 손을 잡은 연인이나 아이의 손을 잡은 부부가 꾸역꾸역 들어찬 공원은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사람이 북적이는 게 싫다. 행복으로 가득 찬 얼굴이 웃는 걸 보는 것도, 싫다. 이래서 여름은 싫다. 어딘지 모르게 들뜨고 공중에 행복과 즐거움이 둥...
오랜만에 찾아와서는 몸을 안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자존심이 세서 어리광을 부릴 줄 모르는 녀석이 유난히 안겨올 때는 지독하게 투정을 부리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있는 거다. 그래서 먼저 말을 꺼낼 때 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결 좋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누나의 영향 덕분인지 유난히 머리카락을 쓸어주는걸 좋아한다. 어깨에 닿는 숨이 기분 좋게 들떠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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