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프는 양손 가득 술을 사들고서 체인의 집 문을 발로 쾅쾅 두드렸다. 난데없는 불청객에게 체인은 양껏 인상을 찌푸렸지만, 결국 한숨을 쉬고 순순히 재프를 집으로 들였다. “이게 뭐야! 사냥개! 넌 이딴 쓰레기장에서 잠이 오냐?” “시끄러워, 망할 원숭이. 난데없이 쳐 들어와 놓고 언성 높이는 게 오늘의 목적은 아니잖아?” 용건이 뭐야. 침대에 걸터앉은 체인...
레오와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네. 스티븐이 라이브라에 공표한 다음 날, 체인은 출근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을 재프는 그날따라 조용했고, 크라우스는 스티븐을 대신해 체인에게 며칠간의 휴가를 주었으며, K.K는 평소보다 더 냉정한 스티븐을 못마땅하게 째려보았지만,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레오는 그 꼴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자신의 ...
“Siento amarte…….” 아, 또다. 열기에 취한 스티븐 씨가 또 낯선 언어를 입에 올렸다.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애인은 술에 취하거나, 감정이 격해지거나, 섹스를 할 때는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네다섯 가지의 언어를 구사한다. “……No me dejes, Leo.” “슷, 티븐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영어로 좀…….” “T...
다자이는 그렇게 접근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애송이. 알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려봤자 다자이 씨의 코트 끝자락조차도 잡을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원망스러워졌다. 그날, 물에 빠졌던 게 다자이 씨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구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갈 곳 잃은 마음은 뾰족한 창이 되어 그 사람을 찌른다. 어린 왕자와 장미꽃 같...
천재는 살아가기 힘들다고 했던가. 아주 예전에, 보육원에서 읽었던 책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천재 시인이 자살하기 직전 멍청하지만 재능 있는 화가 친구에게 남긴 유언이다. 자네 눈에는 보이는가. 자네는 세상이 얼마나 단순하고 또 환멸스러운지 아는가. 세상의 모든 환멸이 내게는 보인다네, 누구도 보지 못하는 권태 속에 홀로 익사하는 걸세. 고독하게도 말이지....
양이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원군을 몰고 퇴각하는 즈라를 지키려 정예부대와 길을 막고 섰다. 원군이 제법 퇴각하면 타카스기 녀석이 허리를 쳐서 적군을 교란하고, 그 틈을 타서 즈라와 합류하는 게 원래 계획. “사카타 씨!” “됐으니까 먼저 가!” 어디서부터 새어나갔을까.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 목을 노리고 드는 막부군과 홀로 대치하게 됐다. ...
intro: 짝사랑을 끝내는 법-축제편https://posty.pe/33ftnt bridge: 짝사랑을 끝내는 법-고백편https://posty.pe/1v0pp5 outro: 짝사랑을 끝내는 법-연애편▶Start. “어이, 망할 꼬마 거기는 긴토키 자리다, 해.” “뭔데 참견이야. 형씨한테 허락받았다고.” “긴토키 허락은 상관없다, 해. 이 집의 모든 권한...
나와 함께 꿈꾸겠다고 했지. 폭신하고 뜨거운 품속에서 내내 그 말만 곱씹었다.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바다가 잔잔하게 반짝인다. 팔을 한껏 뻗어서 침대 맡에 올려둔 담배를 꺼냈다. 치익, 탁. 라이터의 작은 소음조차 크게 울리는 둘만의 선실을 쓰게 된 지 오늘로 일주일째다. ―내 마음이 안 놓여. 이유는 간단했다. 복잡하기 짝이 없던 인생은 루피만 끼면 모든 ...
새하얗게 빛바랬던 시간에 색이 돌아온다. 담배 냄새. 종이가 스치는 소음. 그리고 생명을 잇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그런 것들로 눈을 뜨게 된 지 꽤나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기뻐도 되는 걸까. “……코라 씨.” 잠꼬대처럼 부르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커다란 손. 그게 좋아서 괜히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른다. 코라손. 코라 씨. 로시난테 씨. “로...
히지카타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눈을 떴을 때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건 처음이다. 그게 친하지도 않은 직원인 야마자키인데 어쩐 일인지 손을 꽉 맞잡고 있는 걸로도 모자라, 실질적으로 야마자키를 자고 가게 만든 건 자신이다. 히지카타는 죽고 싶은 심정으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기억이 지워질 때까지 패버릴까.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실행하...
야마자키는 입사 한 달 만에 하라다가 입사를 왜 그토록 만류했는지 깨달았다. 히지카타 문구. 27살의 어린 사장이 이끄는 문구 디자인 업체로 나름 5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이나, 규모는 신생 회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대하다. 제품 선호도 역시 10대부터 20~30대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레드오션이나 마찬가지인 문구 시장에서 당당히 성공 가도...
야마자키는 차라리 모른 체 하고 싶었다. 오키타의 연애 소식을 들은 후부터 상상했었던 최악의 상황이다. 앞자리의 부슬부슬한 은발은 분명 형씨였다. 게다가 옆의 작은 남자는 물어볼 것도 없이. 머리가 아파 와서 영화관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옆의 히지카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 놈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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