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우리가 섞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맞대고 있던 등을 떼어 널 마주할 수 있는 짧고도 깊은 밀회. “오늘은 달이 덜 빛나던데, 빛이 모자를 만한 이유라도 있었나.” 밤이 암흑의 끝자락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 낮은 빛의 입자 속에 서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누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속 편히 빛날 수가 없던데.” “보고 싶다니, 그 무슨 바보...
[스팁레오] Pretender 1편▶ https://posty.pe/l8y036 [스팁레오] Pretender 2편▶https://posty.pe/lel9wo “본가요?” 창밖으로 맞은편 타워의 항공등이 반짝였다. 모두가 퇴근한 라이브라 사무실. 스티븐 씨를 도와 서류 정리라도 하려던 참이었다. “그래. 본가.” 커피를 마시던 스티븐 씨가 걱정스레 미소 짓...
[스팁레오] Pretender 1편 https://posty.pe/l8y036 서로 다른 두 개의 색이 섞여 만들어지는 것이 사랑이고, 상반된 색이 어우러지는 과정은 고통일 뿐이라 사랑에 완전함이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완전하게 두 개의 색이 어우러진 사랑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 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티븐 씨가 좋아할 법 책은 아...
“긴토키 씨. 안 말리세요?” “내가 왜?” 신파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츠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지금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카츠라가 다른 사람에게 엉겨 붙고 있는데도 눈앞의 안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니. “와, 역시 비싼 가게는 다르네. 회 두툼한 거 봐라.” “저기요, 긴토키 씨. 저기 모브가 카츠라 씨 머리가지고...
헤르사렘즈 롯에 악몽이 퍼졌다. 스티븐은 차로 가로막힌 거리를 달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에 간신히 몸을 숨겼다. 스티븐을 뒤따라오던 BB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계인, 그리고 검은 눈의 레오가 볼링공에 맞은 핀처럼 곳곳으로 흩어졌다. “젠장…….” 스티븐은 그제야 긴 다리를 접어 주저앉았다. 얼마나 뛴 건지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셔츠가 축축하게 젖...
추억은 뜬금없는 곳에서 찾아온다. 신년맞이 옷장 정리가 한창이었다. 신파치의 앳된 목소리로 잔소리를 들으며 오래된 이불과 옷을 꺼내는데 낯선 소복이 있다 했더니, 아줌마와 처음 만날 때 입고 있던 그 옷이었다. “어라? 그거 뭐예요? 못 보던 옷인데요.” “응. 그렇겠지.” 망령의 산물. “그거 버리실 거예요?” “……응.” 가지고 있어봤자, 좋은 것도 아...
뭘 그렇게 봐? 그 무렵의 즈라에게 닳고 닳도록 물은 말 중 하나. 창가 자리에 앉은 즈라는 쉬는 시간마다 팔짱을 끼고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잦았다. “그냥 있는 것들. 날씨나 하늘 같은 거.” 물으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매일 같이 보는데 질리지도 않아? 조르듯 물으면 그제야 고개를 틀어 나를 보고, 참 쓸데없는 걸 궁금해한다고 픽 웃었다....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보이면 항상 숨이 말려들려 간다. 또 어디로 잡혀 온 걸까. 어이없게도 그런 걸 생각하고 손발을 움직여봤다. 손 두 개. 발 두 개. 손가락도 발가락도 눈도 제자리에 잘 붙어있다. “깼나?” 낯선 목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본다.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아파트. 품행이 단정한 남자는 들고...
오랜만에 모인 자리. 이시다와 스즈키는 차례로 술잔을 맞댔다. 작은 술집이지만 안은 꽉 차 있어 오히려 떠들썩하다. 이시다는 따뜻한 정종을 한 모금 마시고, 으레 그렇듯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사카타 씨 말이야.” “뭐야, 또 그 얘기?” 스즈키가 익살스레 몸을 떨었다. 그래놓고서는 한참 술잔을 만지작거리다 넌지시 카츠라 씨는, 하고 묻는다. “방금 ...
🎧BGM🎧 Official髭男dism, Pretender 무슨 수를 써도 돌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듣는 순간 마음에 남아버리는 상처, 그리고 시간. 언제나 죽도록 바라왔다.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돌려 부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잖아?” 미셸라는 그렇게 웃었다. 오랜만에 건 스카...
🎧BGM🎧 Nirvana, Come As You Are. 마피아 계급돈(보스) > 콘실리에리(책사) > 카포(행동대장) > 솔다토(평대원) 그 청년의 흑(黑) 화약 냄새. 레오는 눈을 떴다. 정확히는 뜨려 했다. 눈을 빡빡하게 조이고 있는 안대와 발목과 손목, 다리조차 움직일 수 없게 결박당해 있었다. 코끝으로 퀴퀴하고 비린 물 냄새가 풍...
―타카스기, 난 네가 싫다. 과거도, 지금도 말이다. 하지만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도, 지금도 말이다. 언제부터 엇갈렸지? 우리들의 길은. 즈라의 말에, 난 그저 웃었다. ―새삼스레 무슨 소리야. 너와 내가 바라보던 곳은 처음부터 엇갈려 있었다. 연정(戀情)이었다. 어린 마음으로도 바로 깨달았을 만큼 깊고도 강렬했다. 내색하지도 그렇다고 감추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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